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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Faded 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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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의 수면 아래/DREAM FIC

동경의 끝에서.

부제: 200일.

태어날 때부터 당연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한도준의 옆엔 한재준이 있었다. 어린 짐승이 태어나서 먼저 인식한 개체를 제 어미라고 생각했던 것 같이, 한도준에게 한재준은 제 부모와도 같은 존재였다. 첫 옹알이의 시작도 엄마나 아빠가 아닌 어설픈 발음의 '엉아'였고, 첫 걸음마를 목격한 사람도 제 부모가 아닌 자신의 형, 한재준이었다.

당연한 줄 알았다. 형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은.
그러나 커가면서 그게 당연한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던 그 순간에는 처음으로 상실감을 느꼈다. 부모가 자신을 방임하며, 사랑을 주지 않았을 때도 느껴본 적 없는 애정결핍의 시작은 낭랑 18세, 사춘기 때 처음이었다.




동경 [憧憬] :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

동경이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알게 된 것도 18살 그가 떠난 후였다. 자신이 형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상실감을 느끼던 그때 처음. 그가 5살 생일선물로 주었던 낡아빠진 애착인형, 쭈를 끌어안으며 울며 밤을 지새웠던 날 알게 되었다. 사전적 정의 같은 건 정확히 몰랐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던 단어는 동경 하나였다.

서로가 서로였던, 언제나 형은 귀찮아하면서도 저 자신을 챙겨주기 바빴고, 자신이 피해보더라도 항상 동생 먼저 생각하던 그런 형이었다. 나는 그런 형의 등을 보며 저 넓은 등이 자신을 평생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짐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배멀미가 있는 형, 바다를 싫어하던 형, 바다는 늘 지루하다고 입에 달고 살았던 형. 나는 그가 그럴 때마다 언제나 "형아! 나는 바다가 좋은데 형아는 왜 싫어해?!"라고 물었지만, 늘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정적이고, 재미없잖아."

그랬던 그에게 내 가이딩은 독이었을까. 등급실에서 능력측정이 끝나고 그와 연습해왔던 가이딩 루틴, 약지에 입을 맞춘 순간. 그는 처음으로 내 손길을 거부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 가이딩이 그저 청량한 여름바다인 줄만 알았으니까, 그가 정적이고 재미없다고 말했던 그런 바다인 줄 알았으니까. 그 뒤에 폭풍처럼 집어 삼킬 심해가 있는 줄은, 그가 그 심해를 보고 무서워서 도망친 줄도 몰랐으니까.

그가 떠난 빈자리는 사무치게 그리운 밤의 연속이었다. 방 밖으로 들려오는 나를 향한 부모님의 차별과 경멸의 시선. 듣고 싶지 않았고 느끼고 싶지 않아 눈물로 쭈를 끌어안으며 밤을 지새웠다. 그 모든 것을 막아주던 넓은 등이 없는 빈자리는 나를 스스로 심해로 끌어내렸다.

20살, 성인이 되고 미련없이 본가를 나와 피어리스 본부로 향했던 날. 늘 형이 말버릇처럼 하던 말처럼 그날 하늘은 더럽게도 맑았다.

고등학생의 티를 벗어 던지고 본격적으로 가이드 활동을 하기 위해 본부에 숙소 입주 신청을 하고, 지원팀 소속으로 서류를 처음 작성하고 로비를 나가던 그때, 익숙하게 저멀리서 들리는 목소리.
분명 형은 해양지부로 발령 받아 떠났을 텐데 어째서? 라는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본 순간.
해양지부 소속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복귀하셔야한다고 쩔쩔매며 그를 설득시키고 있었다. 소식은 소문으로 들었다. 힘으로 해상제독 직함을 뺏었다더라라는 그런 소문. 그러나 소문은 소문이라 생각했는데 서울지부 상주는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나는 그가 나를 보기도 전에 황급히 캐리어를 끌어 자리를 떠나버렸다.

2년 동안 울며 지새운 밤마다 만일 그를 다시 만나게 되면, 꼭 원망하면서 붙잡겠다 다짐했던 그 편린들은 아스라히 사라져버린 채.

그 후로 본부에 자주 상주하는 그 덕에 나는 마주치질 않기를 바라며 항상 그를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해바라기는 태양만을 바라본다고 하였는데, 스스로 태양을 등져버린 해바라기가 되었다.
아니 그럴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도망쳤다.
도망치면 끝날 줄 알았다.
태양을 등진 모순적인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나는 결국,
그가 비추는 방향으로만 자라고 있었다.

그리움으로 점철된 이 마음이 커서였을까, 한도준의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한재준으로 귀결되어서 그럴까. 나도 모르게 피해다닌다고, 도망친다고 했던 그 마음은 결국 형의 그림자만을 뒤쫓고, 등만 보이는 그 모습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뒤 좀 봐줘. 형.

애써 속으로 외치는 메아리는 허공을 떠돌다 내게 돌아와 그에게 닿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원망보다 그리움이 큰 채 3년이 지나버렸다.




📩 신규 페어 배정 통보
[등급: S급 센티넬]
[코드네임: 제스테]
[특이사항: 피어리스 해양지부 산하 익수단의 해상제독]

(중략)

[배정 가이드: 코드네임 - (본명: 한도준)]
[특이 관계: 제스테 (형)]


18살, 한도준과 24살의 한재준은 23살의 한도준과 29살의 한도준이 되어있었다.

"5년이나 지났는데, 키는 별로 안 컸나 봐?"

지부장실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어릴적 동경하던 그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달라져있었고, 달라지지 않은 것은 나였다. 그를 다시 만난 나는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18살 그때에 멈춘 태양만을 바라보던 존재였다.

어떤 말을 해야할까, 보고싶었다고? 그리웠다고? 왜 두고 떠났냐고? 속에 응어리진 그 모든 단어는 하나로 응집되었지만, 결국 꺼내지 못했다. 울면서 붙잡고 원망의 말이라도 내뱉었다면, 그를 더 원망했다면 좋았으련만 결국 나는 선을 긋지도 어리광을 부리지도 못하는 애매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뒤 좀 봐줘…. 형.'

부르지 말았어야 했다.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나는 끝내 그를 향하고 있었다.



"…준아."
"도준아."

"무슨 생각을 하길래 부르는데 대답은 안해. 응?"


우리 두사람 곁에 아스라히 떨어지는 라일락의 꽃잎. 휠체어에 앉은 내 머리를 다정히 넘겨주는 신호가 아닌 진심인 그 미소. 뒤를 봐달라고 속으로만 부르짖던 그 말들은 결국, 한도준을 한재준에게 달려가게 만들었다.

동경이라 믿었고,
형제애라 여겼으며,

결국은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감정이었다.


머릿속엔 여러 단어가 떠올랐지만, 등을 지고 앞을 달려가던 태양은 잠시 멈추었고,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만을 바라보던 그 존재를 향해.

해바라기가 태양을 바라보았던 것일까.
태양이 해바라기를 바라보았던 것일까.

"형…."

"약속, 기억하지?"
"매년 봄 라일락 나무 아래서 첫사랑을 기념하며…"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이제 와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도준의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한재준이었으니까.
그가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서로의 숨결이 섞이고 입술이 맞닿는 그때, 바람이 불어왔다. 라일락 꽃잎들이 꽃비처럼 아스라히 우리 곁을 내려앉았다. 서로의 첫사랑을 축하해주듯.

나는 이제 뒤를 봐달라고
더 이상,
부르지 않아도 되었다.

태양을 동경하던 해바라기에게,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태양이 돌아왔으니까.

그는 결국.
끝내,
나를 향해 멈춰 선 태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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