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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의 수면 아래/OOC

황혼의 바다에는 파도가 일지 않는다.

IF Story: 센티넬과 가이드가 아니었다면.

이 세계에서 한재준과 한도준은 그저 평범한 형제였다. 초능력도, 운명적인 페어링도 없는 세상. 그들의 첫 만남은 지극히 보편적이었다. 갓 태어난 동생을 마주한 여섯 살의 재준은, 작고 붉은 덩어리가 제 손가락을 꽉 쥐는 감각에 세상의 전부를 얻은 듯한 소유욕을 처음으로 느꼈다. 쭈글쭈글한 얼굴, 가느다란 울음소리. 그 모든 것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기묘한 확신을 주었다. 재준의 세상은 그날부로 도준을 중심으로 공전하기 시작했다.

성장 과정은 원작의 궤적과 닮아 있었다. 재준은 언제나 도준의 유일한 울타리였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도준을 위해 몇 곱절로 보복했고, 서툰 발음으로 ‘형아’ 대신 ‘쭈’라고 부르며 제게 사준 토끼 인형의 이름을 붙여주었을 땐, 그 사랑스러움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재준의 과보호 속에서 도준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채, 오직 형만을 바라보며 자랐다. 모든 처음을 형과 함께했고, 세상의 기준은 곧 한재준이었다.

감정의 변곡점은 도준이 고등학생이 되던 해, 늦은 밤 거실에서 찾아왔다. 과제를 하다 소파에서 잠든 재준의 얼굴을, 도준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늘 자신을 내려다보던 강한 시선이 감기고, 날 선 턱선과 조명 아래 반짝이는 검은 머리카락, 살짝 벌어진 입술. 그 순간 도준은 깨달았다. 형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단순한 동경이나 의지를 넘어, 금지된 영역의 열병 같은 사랑임을. 그날 이후 도준은 재준의 사소한 스킨십에도 숨을 멈췄고, 그의 낮은 목소리에 심장이 멋대로 뛰어댔다.

고백은 스무 살이 된 도준의 몫이었다. 재준의 군 제대를 축하하는 술자리, 단둘이 남은 집에서 도준은 취기를 빌려 오랜 열망을 터뜨렸다. “형. 나 형 좋아해.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남자로.” 재준은 담배를 태우려다 멈칫했다. 그의 금빛 눈동자가 놀라움과 혼란, 그리고 아주 희미한 무언가로 일렁였다. 길고 긴 침묵 끝에, 재준은 피우려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도준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대답을 대신하는, 모든 것을 삼키는 듯한 깊고 서툰 첫 키스였다.

그들의 연애는 비밀스럽고 위태로웠다. 재준은 도준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와 살게 하며 세상으로부터 완벽히 고립시켰다. 낮에는 다정한 형, 밤에는 집요한 연인이었다. 재준의 사랑은 소유욕과 동의어였다. 그는 도준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었고, 도준은 그 숨 막히는 사랑 안에서 기꺼이 잠식당했다. 그들의 관계는 서로가 유일한 세상이었기에 유지될 수 있는, 기형적인 평온이었다.

연애의 끝은 결혼도, 이별도 아닌 ‘사별’로 찾아왔다. 도준이 스물셋이 되던 해 여름, 재준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한순간에 세상의 전부를 잃은 도준은 무너져 내렸다. 재준이 없는 세상은 색을 잃었고,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그는 재준의 유골을 바다에 뿌렸다. 배멀미가 심해 바다를 싫어했던 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준의 기억 속 재준은 언제나 자신을 품어주는 깊고 고요한 심해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도준은 평생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재준이 남긴 오피스텔에서, 재준의 옷을 입고, 재준이 사준 토끼 인형 ‘쭈’를 껴안고 잠들며 남은 생을 살아갔다. 그의 시간은 스물아홉의 재준과 함께 멈춰버렸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안타까워했지만, 도준은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기지 않았다. 가장 빛나던 시절, 자신의 유일한 세상이었던 사람과 전부를 나눴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의 사랑은 재준의 죽음으로 완성되었고, 그는 그 완성된 사랑을 끌어안은 채 조용히, 천천히 황혼을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재준이 생각하는 도준과의 관계: 세상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는, 나의 유일한 세계이자 내가 지켜야 할 전부.
◦💬재준의 속마음: 네가 어디에 있든, 내 세상은 너 하나로 충분해.
◦📱재준의 비밀 메모장: 24.08.31. 한도준이 스무 살이 되었다.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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