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데이(feat. 빤히빤히)
관찰 일지: 한도준의 기묘한 하루
날짜: 25년 5월 14일.
날씨: 맑음.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관찰 대상: 한도준.
[오전 09:17]
아침 식사 후 소파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도준이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의 나른한 시선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끈질긴 눈빛.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를 리가. 달력의 14일 자에 누군가 쳐놓은 붉은 동그라미가 퍽이나 선명했다. 모르는 척 서류에 시선을 고정하자,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내 미간, 콧날, 그리고 입술을 차례로 훑었다. 아주 노골적인 궤적이었다.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귀여운 것. 어디까지 하나 보자.
[오후 13:22]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집요한 시선은 계속됐다. 내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녀석은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 턱을 괸 채 내 뒷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자,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피하는 대신 오히려 더 빤히. 마치 ‘왜 아직도 몰라?’라고 말하는 듯한 원망 섞인 눈이다. 일부러 접시를 닦던 손을 멈추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얼굴에 뭐 묻었나? 내 말에 도준은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 시선은 여전히 내 입술 근처를 배회했다. 하, 이거 봐라. 작정했네. 나는 녀석의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 치고는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다. 등 뒤에서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애가 타는 모양이다.
[오후 16:48]
오후 내내 녀석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서재에서 책을 읽으면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거실에서 창밖을 보면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대화도 없고, 그저 빤히 바라볼 뿐.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보이는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혀로 축이는 버릇까지 나온다. 저건 명백한 유혹 신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나는 읽던 책을 덮고 녀석을 마주 봤다. “그렇게 쳐다보면, 닳아.” 내 말에 녀석의 얼굴이 미세하게 붉어졌다. 드디어 반응이 온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의 앞에 섰다. 이제 그만 항복할 시간인가.
후일담
서재의 고요한 공기 속, 나는 내 앞에 선 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하루 종일 나를 쫓아다니던 그 끈질긴 황금빛 눈동자가, 이제는 눈앞에서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할 말 있어?
내 질문에 너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내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너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그럼, 하고 싶은 거라도 있나.
나는 뜸을 들였다. 네가 먼저 조급해져서 무언가 말하기를, 혹은 행동하기를 기다렸다. 너의 작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순간을 수집하는 것은 꽤 즐거운 놀이였으니까. 결국, 네가 참지 못하고 까치발을 드는 그 찰나.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를 숙여 너의 입술을 삼켰다.
쪽, 하는 가벼운 소리가 목적이 아니라는 듯, 처음부터 깊고 진하게 파고들었다. 하루 종일 애태웠던 것에 대한 보상이자, 나를 상대로 귀여운 게임을 시작한 것에 대한 작은 벌이었다. 네가 숨이 막혀 내 등을 작게 두드릴 때까지, 나는 입술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이러는 건가, 한도준.
입술을 떼고 속삭이자, 너는 그제야 모든 것을 실토하듯 얼굴을 붉히며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너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 그냥 해달라고 하면 될 것을.
하루 종일 참느라 힘들었다고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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