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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Faded 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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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의 수면 아래/OOC

세대 차이

소파에 기대앉아 무심코 리모컨을 돌리던 나는, 채널을 넘기다 말고 문득 멈칫했다. 화면 속에서는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촌스러운 폴더폰을 열고 안테나를 뽑아 통화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거 봐. 저땐 저게 최신형이었는데. 전화 오면 허리춤에서 꺼내서 착, 열어야 간지였지.

나는 옛날 생각이 나 네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내 무릎을 베고 누워, 태평하게 손가락으로 내 허벅지를 톡톡 치고 있었다. 당연히 내 말을 알아듣고 맞장구쳐줄 거라 생각했다.

…안테나? 그걸 왜 뽑아?

너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 순수한 질문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뭐? 내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헛기침을 했다.

수신율. 안테나를 뽑아야 전화가 더 잘 터졌다고. 몰라? 삐삐 다음 세대잖아.

나는 당연하다는 듯 설명했지만, 너의 표정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삐삐? 그게 뭔데? 하는 얼굴이었다. 아니, 설마. 나는 믿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너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태어났을 때, 나는 이미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컴퓨터 학원에서 ‘타자 연습’이라는 걸 하고 있었다. PC 통신으로 밤새 채팅을 하다 다음 달 전화 요금 폭탄을 맞고 등짝을 맞기도 했다. 그런 내 앞에서, 너는 지금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마치 ‘화석을 발견한 고고학자’를 보는 듯한 경이로움마저 담고 있었다.

하… 너, 혹시 ‘야! 내가 네 친구냐?’ 이런 거 모르냐?

내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던진 질문에, 너는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망했다. 너와 나 사이에는 단순한 여섯 살의 나이 차가 아니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가르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폴더폰의 ‘간지’를, PC 통신의 ‘낭만’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건 마치 석기시대 유물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갑자기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끼며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이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니… 그럼 너 ‘버디버디’도 몰라? 미니홈피 BGM 같은 것도?

내 목소리는 절박했다. 제발 하나라도 안다고 해줘. 하지만 너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나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내가 잊고 있었다. 내가 한창 세기말 감성에 젖어 인터넷 소설을 읽을 때, 너는 형이 사준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겠지. 내가 처음으로 ‘S급 센티넬’이라는 짐을 짊어졌을 때, 너는 아직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의 격차가, 지금 이 순간 선명한 현실이 되어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야.

나는 네 어깨를 툭툭 치며 나직하게 불렀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아져 있었다.

너, 나 아저씨 같냐?

질문을 던져놓고도 심장이 철렁했다. 여기서 네가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하면, 나는 아마 오늘 밤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평소의 여유롭고 능글맞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나는 지금, 여섯 살이라는 세월의 무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내 모든 권위와 위엄이, ‘안테나’라는 단어 하나에 산산조각 난 기분이었다. 나는 너의 대답을 기다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제발, 아니라고 해줘. 그 한마디면 돼. 속으로는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약간…?

너의 그 한마디가 마치 선고처럼 귓가에 내려앉았다. ‘약간’이라는, 그 애매하고도 잔인한 단어가 내 뇌리에 선명하게 박혔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젠장. 긍정도 부정도 아닌, 저 여유로운 긍정. 그건 그냥 ‘예, 아저씨 맞아요’ 보다 백 배는 더 모욕적이었다. 평소의 능글맞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내 얼굴은 아마 꽤 볼 만하게 굳어있었을 것이다. 나는 허탈하게 소파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바람에 네가 베고 있던 내 무릎이 흔들렸다.

약간? 뭐가 약간인데. 정확히 말해봐. 어느 부분에서 그런 미묘한 늙음의 징조를 포착한 건데.

내 목소리는 스스로 듣기에도 처절했다. 평소의 여유는 증발하고, 어떻게든 이 억울한 누명을 벗어보려는 필사적인 발버둥만 남아있었다. 나는 내 무릎을 베고 누워 태평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너의 어깨를 붙잡고 살짝 흔들었다. 마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지만, 손에 들어간 힘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아니, 폴더폰 모르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그게 무슨 올드함의 척도라도 돼? 그럼 넌… 넌, ‘워크맨’도 모르겠네. CD 플레이어는? MP3는? 내가 그거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신세계였는지 알아? 주머니에 수백 곡을 넣고 다닌다는 게…

말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워크맨, CD 플레이어. 전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단어들이었다. 너는 내 필사적인 항변을 들으며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 순수한 무지의 눈빛이 비수처럼 내 심장에 꽂혔다. 나는 말을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가면 내가 지는 거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전세를 역전시킬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됐고. 넌 그럼 지금 이게, 아저씨의 체력으로 보이나?

나는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올리며 너를 나직이 불렀다. 그리고는 잽싸게 너의 허리와 다리 밑으로 팔을 넣어, 너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네가 작게 놀라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안은 채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내 팔에는 조금의 떨림도 없었다. S급 센티넬의 완벽한 피지컬을 과시하듯, 나는 너를 깃털처럼 안고 거실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마치 전리품을 뽐내는 개선장군처럼.

어때. 이래도 내가 ‘약간’ 늙어 보여? 네가 밤새 매달리면서 울고불고 애원해도 지치지 않는 이 내가? 어젯밤에도, 그젯밤에도, 네가 기절할 때까지 몰아붙인 게 누군데. 그걸 다 받아주고도 아침에 멀쩡히 일어나 너한테 밥까지 차려주는 이 남자가, 고작 폴더폰 모른다고 아저씨 취급을 받아야겠어?

내 목소리는 낮고 은밀했다. 너의 귓가에 일부러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이건 반칙이었다. 나이 차이라는 논리적인 공격에, 밤의 기억이라는 비논리적이고 원초적인 반격으로 맞서는 것. 하지만 지금 내게 남은 무기는 이것뿐이었다. 나는 너를 다시 소파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너의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맹수처럼, 너를 내려다보는 내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였다.

다시 물을게. 한도준.

나는 너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내 쪽으로 들어 올렸다. 피할 수 없도록, 시선을 마주하며 똑똑히 말했다.

나, 아저씨 같아?


푸하하. 알았어 알았어. 아저씨 아니지

너의 웃음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나는 분명 위협적인 맹수처럼 굴었는데, 돌아온 것은 간지럽히듯 가벼운 입맞춤과 항복 선언이라니. 너의 입술이 내 입술에 쪽, 하고 닿았다가 떨어지는 순간, 잔뜩 힘주고 있던 내 어깨에서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방금 전까지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굴었던 내 모든 위세가, 그 웃음 한방에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너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너는 여전히 내 손에 턱이 잡힌 채,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이 어쩐지 멍해 보였다.

…알긴 뭘 알아. 방금 그건 대답 회피잖아.

나는 네 턱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 대신 너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아까와 같은 날카로움은 없었다. 대신, 억울함과 약간의 투정이 섞여 있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저씨’라는 단어가 불러온 이 알 수 없는 패배감을 이대로 인정할 순 없었다.

그렇게 웃고 뽀뽀 한 번 하면 다야? 내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데. 내 자존심에, S급 센티넬의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스크래치가 났다고. 폴더폰 안테나 하나 모른다는 이유로.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너의 뺨을 엄지와 검지로 살살 주물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 눈은 너의 입술을 향해 있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내 방식대로 할 수밖에. 논리로는 졌으니, 이제부터는 순전히 힘과 본능의 영역이었다.

책임져야지. 상처받은 늙은… 아니, 성숙한 남자의 마음을 위로해 줘야 할 거 아냐.

나는 감싸 쥐었던 너의 뺨에서 손을 내려, 너의 목덜미를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손가락이 쇄골을 지나 네가 입은 얇은 티셔츠 안으로 스며들 듯 파고들었다. 나는 몸을 더 낮춰, 너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였다. 내 숨결이 너의 귓바퀴를 간질이는 것이 느껴졌다. 주방에서와는 다른, 더 노골적이고 짙은 유혹의 속삭임이었다.

벌을 받아야겠어, 한도준. 연장자의 마음에 불을 지른 죄. 지금부터, 내가 왜 ‘아저씨’가 아니라 그냥 ‘네 남자’인지, 몸으로 똑똑히 가르쳐 줄 테니까. 폴더폰이니 삐삐니 하는 잡생각, 하나도 못 하게 해줄게. 오직 내 생각만 하게 될 거야.

나는 그대로 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쪽, 쪽, 하는 가벼운 소리가 아니라, 너의 살갗을 진득하게 빨아들이는 소리였다. 마치 내 소유임을 증명하는 낙인을 새기듯이. 나는 너의 반응을 살피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나이 차이. 얼마든지 실감하게 해주지. 다만, 그게 세대 차이가 아니라, 네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경험과 능숙함의 차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다. 나는 너의 몸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너의 체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쿠아 머스크향에 섞인 너의 살냄새가 내 이성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아저씨’ 소리를 들은 게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너를 마음껏 몰아붙일 좋은 핑계가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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