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어릴 적 재준의 옆에 있는 도준이라는 존재를 사람들은 손이 많이 가 귀찮은 동생, 형 뒤만 따라다녀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응석받이라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귀가 있고 눈도 멀쩡히 달린 도준이었기에 그 말을 못 들은 것은 아니었건만, 그에게 또 다른 걱정을 안겨주기 싫다는 이유로 바보 같은 한도준은 못 들은 척 종잇장을 구겨버리듯 마음 한구석에 처박아버렸다. 그저 재준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말이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자신의 옆에, 혹은 앞에 형인 재준만 있으면 되었으니까. 태어날 때부터 형이라는 존재는 그 자리가 당연한 듯 옆에 있었으니까. 도준에게는 재준이라는 존재가 중력에 의해 땅에 발이 떨어지지 않듯이 제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으니까.
그랬던 도준의 중력은 사라져버렸다.
땅에 붙어 있던 발은 갈피를 잃은 채 허공을 맴돌았고, 지표면으로 돌아갈 종착지를 잃은 듯 떠도는 미아가 되어버렸다. 도준은 5년을 그렇게 길을 잃은 채 헤매었다.
* * *
재준이 먼저 센티넬로 발현해 ‘제스테’라는 코드네임을 얻고 돌아왔을 무렵. 도준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자신의 형이라는 것에 본인이 발현한 것도 아님에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고 부러워했다. 티브이나 뉴스에서나 볼 법한 영웅이 제 눈앞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으니까. 그런 도준의 눈빛을 읽은 재준은 무심히 도준의 머리에 툭 하고 얹어왔고, 그 온기는 크고 따스했다.
“왜, 형 코드네임이 그렇게 부러워?”
“네가 발현하는 날엔 제스테보다 더 멋진 거로 내가 지어줄게.”
도준은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도 형처럼 멋진 센티넬로 발현해 같이 전장을 싸우러 다니고 싶다고. 아니면 그를 보좌하는 가이드로 발현해 늘 그랬듯 등 뒤에서 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온전히 옆에 나란히 서고 싶다고. 어느 때처럼 그를 꽉 끌어안은 채로, 놓기 싫다는 듯이.
* * *
18살의 그 어느 날, 도준은 청량한 여름 바다의 범람하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었다.
밝은 분위기와 대조되는 압도적인 공포. 저 자신을 집어삼킬 만큼 큰 파도 앞에서 무참히 휩쓸려버렸고, 처음으로 심해에 질식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깨어버렸다. 가이드 발현의 시작이었다. 잔잔히 느껴지는 에너지의 파동, 질식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결국 도준은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중력을 찾아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형, 아직 자?”
빼꼼 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자, 센티넬의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던 재준은 선잠에서 깨어나 도준을 바라보았다. 식은땀으로 젖은 앞머리,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 우물쭈물한 입. 무언가 도준의 안에서 격변이 일어나고 있구나 판단하였기에 그는 말없이 두 팔을 벌렸다. 언제나 그랬듯, 악몽을 꾼 동생을 안아준다는 듯이.
도준은 말없이 그의 온기를 잃고 싶지 않다는 듯 그의 품에 파고들어 평온히 잠들었다. 이 밤이 둘 사이의 마지막 밤이라는 것을 모른 채.
아침이 밝아왔고, 재준과 도준은 함께 피어리스 지부로 향했다. 도준의 발현에 대한 등급 측정. 긴장이 흐르는 적막 속, 불안한 도준의 마음을 잘 알던 재준은 도준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때 어렴풋이 느껴지던 가이딩 파동. 청량한 여름바다, 그리고 그 속에 가려진 심해의 압박감. 밤사이 도준을 품에 안았을 때도 느꼈던 같은 파동.
자신의 예민한 감각은 기분 탓이리라 애써 다짐했건만, 도준에게 느껴지는 가이딩 파동은 재준의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등급 측정실에 도착하고 놓여진 손, 자신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동생의 눈빛. 재준은 도준이 들어간 측정실의 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십 분, 이십 분… 1분 1초가 길게 느껴지던 찰나, 측정실 안에서는 축하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기다림을 이기지 못하고 재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들 S급 형제 페어의 탄생이라며 축하하고 있었다.
[능력 측정 결과 : S급 가이드]
[가이딩 특징 : 청량한 여름 바다의 산뜻한 느낌]
S급 가이드. 그리고 단말기에 보여진 도준의 가이딩 특징.
자신이 기분 탓이라 느끼며 외면했던 현실을 마주한 순간, 재준은 무서워졌다. 제 동생의 가이딩이 자신에게는 최악의 상성. 분명 자신이 코드네임을 지어준다고 했건만, 어렴풋이 느꼈던 본연의 심해의 압박감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 재준의 마음을 모르던 도준은 해맑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형! 나 가이드래. 이제 내가 형을 가이딩 해줄 수 있대!”
해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던 익숙한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재준에게 독으로 전신에 퍼져나갔다. 애써 초조한 기분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하려 했건만, 속에서 올라오는 울렁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 그거 잘 된 일이네. 가자. 한도준.”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코드네임을 정해줘야 했지만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러나 도준은 재준의 가이딩 수치가 불안하다 판단하였던 걸까. 재준의 왼손에 깍지를 끼고 들어 올려 약지에 입을 맞춘 순간, 재준은 청량한 여름 바다가 아닌 심해의 질식감에 결국 도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거, 역겨우니까. 하지 마.”
“누가, 가이딩 해달라고 했지?”
상처받은 눈, 투명한 금색 눈 사이로 차오르던 눈물. 원래라면 그 눈물을 울지 말라고 닦아줬을 터, 하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재준은 결국 한마디를 남기고 도준을 등지고 떠나버렸다. 미뤄뒀던 해양지부 발령. 언젠가 말해야지 했던 그 떠남은 한순간에 찾아와버렸다.
“다시는 그 가이딩으로 날 찾아올 생각 하지 마. 한도준.”
서로가 서로였던, 그 찬란했던 모든 기억은 산산이 파편처럼 부서져 버렸다.
* * *
재준이 떠난 집 안의 온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더 이상 부모의 차별에서 막아줄 방파제가 사라진 이곳에서 도준은 홀로 짊어져야 했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던 부모, 방임에 가까운 외면, 그리고 센티넬 발현이 아닌 가이드 발현에 대한 모욕.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도준은 매일 밤을 다섯 살 그 어린 날 재준이 사주었던 인형 '쭈'를 끌어안으며 홀로 심해를 견뎌냈다.
재준이 없는 1년은 붙잡아 보고자 미안하다며 연락을 해보았지만, 들려오던 음성 메시지는 거절의 의사였고, 문자는 무응답이었다. 발은 여전히 땅에 닿아 있었지만, 도준은 어디에도 서 있지 못했다.
만일 자신이 그때 가이딩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자신이 가이드로 애초에 발현되지 않았더라면. 그 모든 부정적인 생각은 도준을 좀먹어 갔고, 매일 밤을 재준과의 어린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쭈를 끌어안고 눈물로 버텨냈다.
그리움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남은 건 방향을 잃은 감정뿐이었다. 모든 게 자신의 형 재준 때문이라는 자기 합리화. 그러나 도준은 알았다. 이 모든 게 그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20살이 되던 해, 재준이 떠난 지 2년이 지난 시점. 결국 도준은 부모로부터 보호라 불리던 그 감옥에서 나와 피어리스 서울지부로 향했다. 해양지부로 떠났던 형이 서울지부로 오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며.
부모에게 받았던 자신의 혜택은 전부 내려두고, 도준이 가지고 나온 것은 그와 추억이 담겼던 어린 날의 사진첩과 쭈뿐이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렀다. 계절이 변하면서 도준의 밤은 심해로 침잠했고, 더는 흐르지 않을 것 같던 눈물은 여전히 흘렀다. 18살의 자신에게 갇혀 있듯이, 변하기 싫다는 듯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듯이.
서울지부에 있는 내내 간간이 들려오던 그의 소식. 해상 제독의 직함을 힘으로 빼앗아 얻었다더라, 다른 가이드들과 페어링을 맺었는데 얼마 못 갔다더라. 그런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도준은 이제 재준이 자신 없이도 잘 사는 것인지, 아니면 못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연락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재준이 배멀미 탓에 서울지부에 상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도준은 형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자신에 대한 혐오로 다가왔다. 18살, 그에게 해주었던 첫 가이딩.
자신이 형에게 나타나는 것이 맞는 걸까라는 불안감.
결국 한도준은 스스로 자신의 중력에게서 벗어나기를 선택했다. 서울지부에 재준이 상주하는 날은 일부러 그를 피해 다니기 위해 동선을 짜기 시작했고, 그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누구보다 그리워했으면서 스스로 버려버린 역설적인 자신을 원망하며.
야속히 흐른 시간은 도준과 재준 사이의 연결된 고리를 서서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도준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워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끝없는 자기 합리화.
그러나 한도준은 결국 한재준이라는 중력에 귀속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 * *
24. 03. 05
띠링.
도준의 수신기가 울렸다.
길었던 5년의 부재, 서로 외면했던 시간의 끝. 도준에게 사라진 중력이 다시 돌아왔다. 오랜만에 땅 위를 걷는 기분. 어색하면서도 피어나는 낯섦과 그로 인해 생겨버린 자상의 아물음.
마음으로는 자신의 형인 재준을 밀어내야 한다. 선을 그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결국 한도준은 한재준에게 약하다는 것, 그가 세상이라는 것은 귀결된 사항이었다.
도준은 겉으로는 페어링에 대해 억울하다는 듯 보였지만, 결국 자신의 세상이었던, 자신을 땅에 딛고 서게 해주었던 중력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기에. 그 어린 날의 한도준처럼은 아니더라도 미묘한 기대를 가지며 지부장실로 향했다.
📩 신규 페어 배정 통보
[등급: S급 센티넬]
[코드네임: 제스테]
특이사항 : 해양지부 익수단의 해상 제독,
코드네임 (공백), 본명 한도준 가이드의 혈연관계.
도준은 수신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피하려 했던 이름이 결국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날 도준의 중력은 재준으로 완전히 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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