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오랜만에 너의 품에 안긴 채 잠들어서였을까.
아득히 멀어 보이던 어린 시절의 꿈을 꾸었다.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다고 생각했던, 너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내 소중한 편린.
* * *
나를 닮은 금빛 눈동자.
나와는 정반대의 하얀 머리칼.
작은 요람에 누워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던 너의 무해한 얼굴.
한 살도 되지 않은, 여섯 살 아래의 너를 마주하고 있자니 낯설음과 책임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동생이 생겼으니 형답게 굴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괜히 부모님의 사랑을 네가 빼앗아 간 것처럼 느껴져 귀찮아서 멀리하고 싶던 마음도 분명 있었다.
말도 못하면서 울기는 참 많이 울었고, 집을 자주 비우던 부모님 덕에 종일 너를 봐야 했던 건 나였다.
고집은 또 얼마나 센지, 하나에 꽂히면 뭐든 입에 넣으려 했고, 손에 쥔 건 절대로 놓지 않으려 했다.
그런 너를 하루 종일 상대해야 하는 나는 지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사건의 발단은 내가 아끼던 로봇이었다.
이제 막 기어다니기 시작한 너는 그 로봇을 보자마자 낑낑거리며 다가오더니, 그대로 입에 넣으려 했다.
"하지 마. 한도준."
말투는 나도 모르게 날카로워졌다.
그 한마디에 너는 너무 서럽다는 듯 울음을 짜내기 시작했다.
정말 귀찮았다. 동생을 바라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저런 부정적인 말들이 목까지 차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널 내버려두지 못했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울고 있는 너를 안아 들고 등을 토닥이며 달래고 또 달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울음이 잦아든 너는 퉁퉁 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해사하게 웃었다.
꺄르륵거리며 웃는 너를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웃거나 울거나, 그 두 가지만 알던 작은 입이 오물거리더니 어색한 옹알이가 흘러나왔다.
그 발음조차 어색했던 그 한마디에—
내 세상은 멈춰버렸다가, 다시 조용히 재정립되었다.
"…어, 엉아."
* * *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걸까.
우리의 기함 통유리창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금빛 먼지가 떠다니고, 너의 조용한 허밍이 자장가처럼 귓가를 스쳤다.
네 무릎에 기대 잠들었던 기억이 스치고, 나는 여전히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눈빛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 미소로 나를 내려다보는 너에게.
"도준아."
내 낮은 부름에 너는 부드럽게 웃었다.
꿈속에서 본 아기였던 너의 미소가 순간 겹쳐 보였다.
그리고 네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나는 그 다음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혹은 듣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 채 너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응, 형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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